한 달 동안 사용한 돈을 정확하게 확인하려고 카드 내역과 통장을 모두 펼쳐봤는데 오히려 숫자가 더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체크카드는 결제와 동시에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지만 신용카드는 이번 달에 사용한 금액이 나중에 출금된다. 간편결제를 이용했다면 앱 이름과 실제 연결된 카드가 다르게 표시될 수도 있다. 여기에 현금과 계좌이체까지 섞이면 같은 소비를 두 번 기록하거나 일부 지출을 빠뜨리기 쉽다.
이럴 때는 모든 결제수단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한 가지 방식으로만 결제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결제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소비가 한 번 발생했을 때 가계부에도 한 번만 반영되도록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결제수단과 소비 항목을 서로 구분한다
가계부를 처음 작성할 때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을 지출 항목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돈을 사용한 목적이 아니라 돈을 지불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15,000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고 해보자.
지출 항목은 '식비'이고 결제수단은 '신용카드'다.
마트에서 생활용품을 20,000원어치 체크카드로 샀다면 지출 항목은 '생활비', 결제수단은 '체크카드'가 된다.
두 정보를 구분하면 가계부를 정리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기본적인 기록은 다음 정도면 충분하다.
날짜 / 사용처 / 금액 / 지출 항목 / 결제수단
결제수단까지 기록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생략해도 된다. 카드와 현금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별도로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카드 사용액과 식비 같은 소비 항목을 서로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신용카드는 '사용한 날'을 기준으로 기록하면 단순하다
신용카드는 돈 관리를 처음 시작할 때 특히 혼동하기 쉬운 결제수단이다.
오늘 30,000원을 결제해도 은행 계좌에서 실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다음 카드대금 결제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신용카드 사용일에 30,000원을 지출로 기록하고, 다음 달 카드대금이 통장에서 출금될 때 다시 30,000원을 지출로 기록하면 같은 소비가 두 번 계산된다.
이를 피하려면 하나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가계부라면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날짜에 지출을 기록하는 방식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8월 20일에 식당에서 신용카드로 30,000원을 사용했다면 8월 식비로 기록한다.
9월에 카드대금 30,000원이 계좌에서 출금되더라도 새로운 소비로 기록하지 않는다. 이미 8월에 사용한 금액을 나중에 지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사용하면 '이번 달에 무엇을 얼마나 소비했는가'를 비교하기가 편해진다.
다만 신용카드는 실제 출금이 늦게 이루어지므로 가계부에 기록된 소비액과 현재 통장 잔액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체크카드는 기록이 단순하지만 이체와 섞이지 않게 본다
체크카드는 결제와 계좌 출금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리가 단순하다.
식당에서 체크카드로 12,000원을 사용했다면 계좌에도 해당 거래가 남고 가계부에는 식비 12,000원으로 기록하면 된다.
하지만 은행 거래 내역을 그대로 지출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비 계좌에 돈을 넣기 위해 본인 명의의 다른 계좌에서 50만 원을 이체했다고 생각해 보자.
한 계좌에서는 50만 원이 빠져나갔지만 실제 소비는 발생하지 않았다.
단지 돈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 금액을 지출로 기록한 뒤 생활비 계좌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 또 기록하면 실제보다 소비액이 크게 계산된다.
따라서 계좌 내역을 확인할 때는 '돈이 빠져나갔는가?'뿐 아니라 '이 돈이 실제로 소비된 것인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계좌이체도 목적에 따라 다르게 기록한다
계좌이체는 특히 구분이 중요하다.
같은 이체라도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세를 집주인에게 계좌이체했다면 실제 주거비 지출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자에게 계좌이체했다면 쇼핑이나 생활비 지출로 기록할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월급 계좌에서 자신의 생활비 계좌로 돈을 옮겼다면 소비가 아니다.
저축 목적으로 본인의 다른 계좌에 돈을 이동한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계좌이체를 볼 때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외부에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가로 돈을 보냈는가.
아니면 내 계좌 사이에서 돈을 이동했는가.
이 기준만 있어도 통장 거래 내역 전체를 지출로 계산하는 실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정산도 따로 살펴본다
친구나 동료와 식사한 뒤 한 사람이 먼저 전체 금액을 결제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네 명이 식사한 80,000원을 내가 카드로 먼저 결제했다고 해보자.
카드 이용 내역에는 80,000원이 표시된다.
하지만 나중에 다른 세 사람이 각자의 몫을 보내줬다면 실제로 내가 부담한 식비는 전체 결제액과 다르다.
개인 가계부에서 본인의 실제 생활비를 파악하고 싶다면 정산받은 금액을 반영해 최종 부담액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반대로 카드 사용액 자체를 별도로 확인하려는 목적이라면 전체 결제금액도 참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80,000원 결제와 나중에 받은 정산금을 서로 무관한 수입과 지출처럼 계산해 실제 소비를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공동 결제가 자주 있다면 '정산 예정' 정도의 메모를 남겨두는 것도 편하다.
간편결제는 '앱'보다 실제 연결된 결제수단을 확인한다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사용하면 결제 과정은 편리하지만 기록은 조금 헷갈릴 수 있다.
간편결제 앱에서 20,000원을 결제했더라도 실제로는 연결된 신용카드에서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때 간편결제 20,000원과 신용카드 20,000원을 각각 다른 소비로 기록하면 중복이 된다.
간편결제는 새로운 소비가 아니라 기존 카드나 계좌를 이용하는 결제 통로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계부에는 실제 구매 한 건만 기록한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간편결제를 통해 신용카드로 5,000원을 사용했다면 다음처럼 생각할 수 있다.
소비 항목: 식비
금액: 5,000원
결제수단: 해당 신용카드
필요하다면 메모에 간편결제를 이용했다고 추가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에 미리 충전한 잔액을 사용하는 방식 등은 돈의 흐름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결제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금은 사용할 때 기록해야 흐름을 파악하기 쉽다
현금은 카드와 달리 자동으로 상세한 사용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래서 ATM에서 10만 원을 인출한 순간 전체를 지출로 기록하고 끝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금을 찾았다고 실제 소비가 모두 발생한 것은 아니다.
지갑이나 집에 있던 돈의 형태가 계좌 잔액에서 현금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 소비를 파악하려면 현금을 사용할 때 기록하는 편이 정확하다.
예를 들어 10만 원을 인출한 뒤 시장에서 25,000원을 사용했다면 실제 소비는 25,000원이다.
문제는 현금을 사용할 때마다 기록하는 것을 잊기 쉽다는 것이다.
현금 사용이 많지 않다면 결제 직후 스마트폰 메모장에 금액과 용도만 남길 수 있다.
현금을 자주 사용한다면 한 주 동안 사용한 현금 총액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몇백 원 단위까지 완벽하게 맞추려고 하기보다 전체 소비 흐름을 놓치지 않는 수준으로 기록하는 것이 유지하기 쉽다.
카드대금 출금일에는 '새로운 지출'인지 확인한다
월급 통장 내역을 확인하다 보면 신용카드 대금으로 큰 금액이 빠져나간 것을 볼 수 있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이번 달의 주요 지출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앞서 카드 사용 시점에 각각의 소비를 기록했다면 카드대금 출금은 새로운 소비가 아니다.
이미 발생했던 여러 소비의 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신용카드로 식비 30만 원과 생활용품 10만 원을 사용했고 이번 달에 카드대금 40만 원이 출금됐다고 해보자.
지난달에 식비와 생활용품으로 각각 기록했다면 이번 달에 카드대금 40만 원을 다시 생활비로 더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정해두면 월별 소비액이 실제보다 크게 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신 현금 흐름을 별도로 관리하고 싶다면 카드대금 결제 예정액을 월급 통장에 미리 남겨두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소비가 발생한 시점'과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시점'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다.
결제수단이 너무 많다면 사용 목적을 정해본다
여러 결제수단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카드와 계좌가 너무 많아 매달 모든 내역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사용 목적을 조금 정리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상 생활비는 특정 체크카드, 정기결제는 특정 카드처럼 자신이 기억하기 쉬운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금은 현금이 필요한 곳에서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기록이 남는 결제수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돈 관리를 위해 억지로 모든 결제수단을 하나로 합칠 필요는 없다.
자신이 현재 사용하는 수단을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고 한 달 지출을 중복 없이 계산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결제수단을 줄이는 것보다 각 결제수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는 상태가 더 중요하다.
월말에는 결제수단보다 소비 총액을 확인한다
월말 정리에서 중요한 것은 체크카드로 얼마를 썼고 신용카드로 얼마를 썼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알고 싶은 것은 한 달 동안 생활을 위해 실제로 얼마를 소비했는가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결제수단별 기록을 식비, 주거비, 교통비, 쇼핑비 같은 소비 항목으로 합쳐본다.
그 과정에서 본인 계좌 간 이체는 제외하고, 신용카드 대금이 중복으로 포함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현금 사용 중 기록하지 못한 금액이 있다면 대략적인 범위라도 메모할 수 있다.
이렇게 몇 달 반복하면 카드 명세서와 통장 잔액이 서로 다르게 움직여도 당황하지 않게 된다.
통장 잔액은 현재 보유한 돈의 모습을 보여주고, 소비 기록은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무엇에 돈을 사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두 숫자의 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무리
현금, 체크카드, 신용카드, 간편결제를 함께 사용한다고 해서 돈 관리가 반드시 복잡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실제 소비 한 건은 가계부에도 한 번만 기록한다.
신용카드는 사용한 시점에 지출로 기록했다면 카드대금이 출금될 때 다시 더하지 않는다. 본인 계좌 사이의 이체 역시 실제 소비와 구분한다. 간편결제를 이용했다면 연결된 카드 내역과 중복으로 기록하지 않았는지도 확인한다.
이 기준이 익숙해지면 여러 곳에 흩어진 거래 내역을 하나의 소비 기록으로 정리하기 쉬워진다.
매달 반복되는 생활비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다음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지출을 준비할 차례다. 매달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예산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비용이다.
다음 글에서는 경조사, 계절용품, 여행 준비처럼 가끔 발생하는 비정기 지출을 미리 파악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FAQ:
Q1. 신용카드는 사용한 달과 카드대금이 빠져나간 달 중 언제 기록해야 하나요?
소비 패턴을 확인하는 목적이라면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시점에 기록하는 방식이 이해하기 쉽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기준을 정해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카드대금 출금 시 같은 소비를 다시 기록하지 않는 것이다.
Q2. 다른 사람에게 송금한 돈은 모두 지출인가요?
그렇지는 않다. 물건이나 서비스의 대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정산금 등을 보낸 것이라면 실제 지출일 수 있다. 반면 본인 명의의 다른 계좌로 돈을 옮긴 것은 소비가 아니라 자금 이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Q3. 현금을 인출했을 때 바로 지출로 기록하면 안 되나요?
실제 소비액을 파악하려는 목적이라면 현금 인출 자체와 소비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 10만 원을 인출해 3만 원만 사용했다면 소비는 3만 원이고 나머지 7만 원은 아직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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