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지출을 정리하다 보면 생각보다 큰 금액이 나오는 항목 중 하나가 식비다. 매일 필요한 지출이라 돈을 사용한다는 느낌이 크지 않은 데다 결제 방식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한 번에 장을 볼 때는 금액이 눈에 잘 들어온다. 반면 출근길에 산 음료, 점심 식사, 퇴근 후 주문한 배달음식처럼 하루 동안 여러 번 발생한 지출은 각각의 금액만 기억하기 쉽다.
그래서 식비를 관리한다고 하면 곧바로 외식을 줄이거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내 식비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나누어 보는 것이다.
식비 총액만 확인할 때는 보이지 않던 생활 패턴도 장보기, 외식, 배달 등으로 구분하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식비를 하나의 항목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가계부에서 식비를 하나의 항목으로 관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전체 생활비에서 음식에 얼마를 사용하는지만 알고 싶다면 오히려 간단한 방식이 좋다.
하지만 매달 식비가 예상보다 많이 나오고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한 단계 정도 세분화해 볼 만하다.
처음에는 세 가지 정도면 충분하다.
'장보기', '외식', '배달'이다.
필요하다면 카페나 간식을 별도 항목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다만 처음부터 아침, 점심, 저녁이나 음식 종류까지 모두 구분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한 달 식비가 60만 원이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때는 어디를 살펴봐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장보기 25만 원, 외식 20만 원, 배달 15만 원처럼 나누면 자신의 식사 방식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도 같은 방식으로 기록했는데 배달 비용만 크게 증가했다면 식비가 늘어난 이유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핵심은 분류 자체가 아니라 총액 뒤에 숨어 있는 소비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장보기 금액과 실제로 먹은 양은 다를 수 있다
장을 볼 때는 집에서 직접 먹을 음식을 구입하기 때문에 외식보다 경제적인 소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장보기 역시 구입한 식재료를 실제로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필요할 것 같아서 구입했지만 냉장고 안에서 잊어버리는 식재료가 있을 수 있다. 할인이나 대용량이라는 이유로 많이 구입했는데 소비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장보기 비용을 관리할 때는 금액뿐 아니라 남는 식재료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장을 보러 가기 전에 냉장고와 수납장을 한 번 확인하는 간단한 습관도 도움이 된다.
이미 있는 재료를 모르고 다시 사는 일을 줄일 수 있고, 먼저 사용해야 하는 식재료를 확인할 수도 있다.
구매 목록 역시 복잡할 필요가 없다.
다음 며칠 동안 실제로 먹을 식사를 생각하고 필요한 품목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하면 '싸니까 일단 사두자'는 구매보다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물건을 중심으로 장을 볼 수 있다.
외식비는 횟수와 목적을 같이 기록해본다
외식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불필요한 소비라고 볼 수는 없다.
직장이나 학교 환경 때문에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할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나는 일정에서 식사가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외식비를 관리할 때는 금액만 줄이려고 하기보다 왜 외식을 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예를 들어 업무일 점심과 주말 약속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
둘 다 외식이지만 발생 이유가 다르다.
업무 환경상 매일 발생하는 점심 비용이라면 어느 정도 반복되는 생활비로 볼 수 있다. 반면 약속에 따른 외식은 월별 일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계부에 모든 식사 목적을 길게 적을 필요는 없다.
평소와 다른 외식이 있었다면 '친구 모임', '가족 식사', '출장' 정도의 짧은 메모를 남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기록이 몇 달 쌓이면 외식비가 늘어나는 달의 특징도 파악하기 쉬워진다.
배달비는 주문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메뉴 가격만 보고 비용을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 결제금액에는 추가 메뉴나 배달 관련 비용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식비를 기록할 때는 최종적으로 결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보는 편이 단순하다.
또한 한 번의 주문 금액만 보기보다 한 달 동안 몇 번 주문했는지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달음식에 사용한 총액이 예상보다 많았다면 한 번의 주문 금액이 높았던 것인지, 주문 횟수가 많았던 것인지 구분해 보는 것이다.
두 경우는 관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번에 주문하는 양이 많은 경우와 바쁜 날마다 습관적으로 주문하는 경우는 같은 '배달비 증가'라도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문한 날짜 옆에 이유를 짧게 남겨보는 것도 좋다.
'야근'
'주말 저녁'
'장보기 전'
몇 주 기록하면 특정 상황에서 배달을 자주 이용한다는 패턴이 보일 수도 있다.
카페와 간식은 어디에 넣어야 할까?
가계부를 쓰다 보면 커피와 간식을 식비에 포함해야 할지 별도로 관리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한 달 전체 식음료 비용을 확인하고 싶다면 식비에 모두 포함할 수 있다. 반대로 카페 이용이 얼마나 되는지 따로 확인하고 싶다면 별도의 항목으로 만들면 된다.
중요한 것은 매달 기준을 계속 바꾸지 않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커피를 식비로 기록하고 이번 달에는 여가비로 기록한다면 월별 식비 비교가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식비에 포함했다가 몇 달 뒤 카페 비용을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생기면 그 시점부터 분류를 변경할 수도 있다.
가계부는 처음부터 완벽한 분류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 맞춰 조정하는 기록 도구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단위로 보면 식비 속도를 알기 쉽다
식비 예산을 정해 놓고 월말에만 확인하면 이미 예산을 대부분 사용한 뒤일 수 있다.
그렇다고 매 끼니마다 남은 예산을 계산하는 것도 번거롭다.
중간 방법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식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주 장보기는 몇 번 했는지, 외식과 배달은 어느 정도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때 매주 정확히 같은 금액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 주에 장을 많이 봤다면 다음 주 장보기 비용은 자연스럽게 적을 수 있다. 약속이 몰려 있는 주에는 외식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간 점검은 한도를 지키기 위한 검사라기보다 현재 식비가 어떤 속도로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편이 좋다.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면 남은 기간의 식사 계획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식비가 늘어난 달에는 원인을 하나만 찾아본다
월말에 식비가 예상보다 많았다면 모든 식습관을 한꺼번에 바꾸려고 할 필요는 없다.
먼저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 하나를 찾는다.
지난달보다 장보기 비용이 늘었는지, 외식 횟수가 많아졌는지, 배달 주문이 증가했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배달 주문이 늘었다면 왜 그랬는지를 살펴본다.
퇴근 시간이 늦어진 것이 원인이라면 단순히 '배달을 시키지 말자'는 계획은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바쁜 날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미리 준비하거나 장보는 주기를 바꾸는 등 자신의 생활에 맞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모임이 많아서 외식비가 증가했다면 일회성 변화일 수도 있다.
원인을 모른 채 총액만 줄이려고 하면 필요한 식비까지 무리하게 제한하기 쉽다.
다른 사람의 식비와 비교하지 않는다
돈 관리 관련 글이나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다른 사람이 한 달에 식비로 얼마를 사용하는지 쉽게 접할 수 있다.
참고는 할 수 있지만 그대로 자신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과 가족이 함께 사는 사람의 식비는 다르고, 회사에서 식사가 제공되는 사람과 모든 끼니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사람도 조건이 다르다.
거주 지역이나 출퇴근 방식, 요리할 수 있는 환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식비 관리에서 가장 유용한 비교 대상은 다른 사람보다 지난달의 자신이다.
지난 세 달 동안 어느 정도를 사용했는지, 그중 장보기와 외식의 비중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면 자신의 생활에 맞는 기준을 만들 수 있다.
식비는 숫자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 내 생활환경에서 왜 이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식비 기록은 식생활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식비를 기록하기 시작하면 음식을 살 때마다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식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출이다.
따라서 식비 관리의 목표를 가능한 한 적게 먹고 적게 쓰는 것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생활에서 필요한 식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계획하지 않았던 소비가 반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장을 봤는데 식재료가 계속 남는다면 구매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 바쁜 날마다 배달 주문이 반복된다면 생활 패턴에 맞는 다른 식사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현재 식비가 자신의 예산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만족도도 높다면 굳이 큰 변화를 만들 필요가 없다.
기록은 소비를 제한하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선택을 돕는 자료가 될 때 오래 활용하기 쉽다.
마무리
식비는 매일 발생하기 때문에 한 달 총액만으로는 어디에서 돈이 늘어났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장보기, 외식, 배달 정도로만 나누어 기록해도 충분하다. 필요하다면 카페나 간식을 추가로 구분할 수 있다.
장을 볼 때는 구입한 식재료를 실제로 사용하는지 살펴보고, 외식과 배달은 횟수와 발생한 이유를 함께 확인하면 자신의 식비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식비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크게 줄이려고 할 필요는 없다.
몇 달의 기록을 비교하면서 반복되는 패턴을 하나씩 발견하고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돈 관리에 더 가깝다.
식비처럼 자주 발생하는 소비를 살펴봤다면 다음에는 계획에 없던 구매가 생활비를 흔드는 상황을 확인할 차례다. 다음 글에서는 충동구매가 발생하는 상황을 기록하고 구매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다룬다.
FAQ:
Q1. 회사 점심처럼 매일 발생하는 식비도 변동비인가요?
식비라는 성격상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매일 비슷한 비용이 반복된다면 개인적인 예산에서는 준고정비처럼 관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용어보다 월별 예산을 세울 때 반복되는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Q2. 식비와 카페 비용을 반드시 분리해야 하나요?
그럴 필요는 없다. 전체 식음료 지출만 알고 싶다면 하나로 합쳐도 된다. 카페 이용 금액이나 횟수를 별도로 확인하고 싶을 때만 항목을 나누는 것이 기록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Q3. 식비 예산을 자꾸 초과하면 처음부터 예산을 높여야 하나요?
먼저 몇 달의 기록을 비교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회성 모임 때문인지, 처음 정한 예산이 실제 생활에 필요한 식비보다 낮은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반복적으로 비슷한 금액이 필요하다면 실제 기록을 반영해 예산을 수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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