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사용한 돈을 모아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항목이 나온다. 월세처럼 매달 비슷하게 나가는 돈이 있는가 하면 식비처럼 생활 방식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지출도 있다. 모두 합치면 '생활비'이지만 돈을 관리할 때는 성격이 꽤 다르다.
처음 가계부를 작성할 때 식비, 교통비, 쇼핑비처럼 사용처만 구분하기 쉽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매달 반복되는 비용인지,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비용인지 살펴보면 자신의 지출 구조가 훨씬 선명해진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분이 고정비와 변동비다. 이름만 보면 단순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어느 쪽에 넣어야 할지 애매한 비용도 많다. 따라서 정확한 용어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돈을 관리하기 편하도록 자신만의 일관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비는 '금액이 똑같은 지출'만 의미하지 않는다
고정비라고 하면 매달 정확히 같은 금액이 빠져나가는 비용을 떠올리기 쉽다.
대표적으로 월세나 정기 구독료 등이 있다. 정해진 날짜에 비슷한 금액이 반복해서 결제되기 때문에 알아보기도 쉽다.
하지만 돈 관리에서 고정비를 구분할 때는 금액이 매달 100% 동일한지만 볼 필요는 없다. 내가 별도의 행동을 하지 않아도 일정한 주기로 계속 발생하는 비용인지 살펴보는 것이 실용적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요금은 사용 상황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요금제를 유지하는 동안 매달 기본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면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
인터넷 요금, 월세, 정기적인 멤버십 비용 등도 비슷하다.
한 달 지출 내역을 펼쳐놓고 다음 달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 표시해 보면 자신의 고정비를 찾기가 쉬워진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확인할 것이 있다. 자동이체라고 해서 모두 고정비인 것은 아니다.
본인 저축계좌로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하고 있다면 이것은 소비라기보다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행동에 가깝다. 따라서 생활비를 계산할 때 소비성 고정비와 저축·계좌이체를 구별해 두는 것이 좋다.
변동비는 생활 방식에 따라 움직인다
변동비는 한 달 동안 어떻게 생활했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지출이다.
식비가 대표적이다.
집에서 식사한 날이 많다면 식재료 구입비가 늘 수 있고, 약속이 많았던 달에는 외식비가 증가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매달 금액이 달라진다.
교통비 역시 생활 환경에 따라 변동비 성격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일정이 바쁜 달에 택시를 자주 이용했다면 금액이 달라진다.
의류 구입, 취미생활, 외식, 카페, 여행 등도 대체로 생활 방식과 선택에 따라 변화하기 쉬운 항목이다.
변동비를 확인할 때 중요한 것은 이것을 무조건 '줄여야 하는 소비'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식비처럼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도 변동비에 포함된다. 고정비와 변동비라는 구분은 소비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요인에 의해 지출 금액이 변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기준이다.
애매한 지출은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실제로 지출을 정리해 보면 고정비와 변동비 중 어디에 넣어야 할지 애매한 항목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비다.
매일 같은 구간으로 출퇴근한다면 기본 교통비는 상당히 규칙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관리 방식에 따라 고정적인 생활비에 가깝게 볼 수도 있다.
반대로 외출 횟수나 택시 이용 여부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다면 변동비로 관리하는 편이 흐름을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전기나 가스 등의 공과금도 비슷하다. 매달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고정적인 성격이 있지만 계절과 사용량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이런 항목은 '준고정비'처럼 별도의 이름을 붙여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처음 돈 관리를 시작했다면 분류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기준으로 삼아볼 수 있다.
'내가 다음 달에 특별히 소비 행동을 바꾸지 않아도 이 비용이 다시 발생하는가?'
그렇다면 고정비 쪽에 가깝게 분류한다.
반대로 외식이나 쇼핑처럼 선택과 생활 일정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면 변동비로 분류한다.
완벽한 정답을 찾는 것보다 같은 기준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비 목록을 만들면 놓치던 결제가 보인다
고정비를 따로 모아보면 단순히 월 지출액만 확인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비용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자동결제가 그렇다.
음악이나 영상 서비스는 기억하기 쉽지만 저장공간, 앱 이용권, 온라인 서비스 등은 한 번 등록한 뒤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고정비를 점검할 때는 은행 자동이체뿐 아니라 카드 정기결제 내역도 함께 살펴보는 편이 좋다.
그다음 각 항목 옆에 금액과 결제일을 적어본다.
예를 들면 다음처럼 단순하게 기록할 수 있다.
월세 - 매월 초
휴대전화 - 매월 중순
인터넷 - 매월 말
콘텐츠 구독 - 매월 특정일
이렇게 정리하면 한 달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뿐 아니라 언제 돈이 빠져나가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월급날 직후에는 통장 잔액이 많아 보여도 며칠 뒤 여러 자동결제가 한꺼번에 발생한다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생활비는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결제일을 함께 기록하는 이유다.
'고정비니까 무조건 줄인다'는 접근은 피한다
고정비를 파악하고 나면 곧바로 해지할 서비스를 찾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이나 업무에 필요한 서비스처럼 지출한 만큼 충분히 활용하는 항목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액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세 가지 정도를 확인해 보는 편이 실용적이다.
첫째, 현재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가.
둘째, 비슷한 기능의 서비스를 중복해서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지금 생활에서도 계속 필요한가.
예전에 필요해서 신청했지만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라면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매일 사용하고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라면 단순히 고정비라는 이유만으로 없앨 필요는 없다.
돈 관리의 목적은 모든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곳에 돈이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변동비에는 금액보다 '늘어난 이유'를 기록한다
변동비는 월별 비교가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식비가 40만 원이고 이번 달에는 55만 원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숫자만 보면 15만 원이 늘었다는 사실밖에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달에 가족 모임이나 약속이 여러 차례 있었다면 증가 원인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변동비가 평소보다 크게 달라진 달에는 짧은 메모를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휴가로 외식 증가'
'출퇴근 일정 변경으로 교통비 증가'
'계절 의류 구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몇 달 뒤 기록을 다시 볼 때 이런 메모가 없으면 왜 특정 달의 지출이 많았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반면 이유가 기록되어 있으면 반복되는 소비인지 일회성 지출인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또 하나의 장점은 불필요한 자책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보다 돈을 많이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 습관이 나빠졌다고 판단했는데 실제로는 꼭 필요했던 일회성 구매 때문일 수도 있다.
숫자와 함께 맥락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두세 달을 비교하면 나만의 생활비 기준이 만들어진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한 번 분류했다고 돈 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방식으로 두세 달 정도 기록했을 때 활용도가 높아진다.
고정비는 실제로 매달 어느 정도 반복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변동비에서는 평균적인 범위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비가 세 달 동안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앞으로 월 예산을 세울 때 참고할 현실적인 기준이 된다.
반대로 한 달에만 쇼핑비가 크게 발생했다면 평소 생활비와 별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기록이 쌓이면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의 생활비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줄어든다.
같은 소득을 가진 사람이라도 주거 환경, 출퇴근 거리, 식사 방식, 취미가 모두 다르다. 결국 가장 유용한 비교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난 몇 달 동안의 나 자신의 지출 기록이다.
마무리
한 달 지출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누는 이유는 단순히 가계부를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매달 자동으로 반복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생활 방식에 따라 움직이는 비용은 무엇인지 구별하면 자신의 생활비 구조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분류가 애매한 항목이 있어도 문제는 없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회계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기준을 정하고 꾸준히 적용하는 것이다.
고정비와 변동비의 윤곽까지 잡았다면 이제 실제 생활에 사용할 금액을 미리 정해볼 수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기록만 하다 포기하지 않도록 간단하게 소비를 기록하는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살펴볼 차례다.
FAQ:
Q1. 공과금은 고정비인가요, 변동비인가요?
전기나 가스처럼 매달 발생하지만 사용량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비용은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별도로 '준고정비'로 관리해도 되고, 처음에는 매달 필수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기준으로 고정비에 포함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이후에도 같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Q2. 매달 나가는 저축액도 고정비에 포함해야 하나요?
생활비를 분석하는 목적이라면 저축계좌로 옮긴 돈은 소비성 고정비와 구분하는 것이 좋다. 본인 계좌 사이에서 돈의 위치만 이동한 것과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에 지불한 돈을 분리해야 실제 소비 규모를 파악하기 쉽다.
Q3. 고정비와 변동비 중 무엇부터 관리하는 게 좋나요?
먼저 두 항목의 규모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사용하지 않는 정기결제처럼 조정 가능한 고정비가 있는지 확인하고, 변동비에서는 반복적으로 예상보다 커지는 항목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무조건 한쪽부터 줄이기보다 자신의 지출 기록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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