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액을 확인하면서 "이번 달에는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네"라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어디에 사용했는지 떠올려 보면 몇 가지 큰 결제 외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돈을 한 가지 방법으로만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함께 쓰기도 하고, 계좌이체나 간편결제를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자동결제까지 더해지면 머릿속으로 한 달 지출을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돈 관리를 시작할 때는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결제 기록을 기준으로 한 달 생활비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한 달을 생활하는 데 실제로 얼마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생활비를 확인할 때 통장 하나만 보면 안 되는 이유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을 기준으로 한 달 지출을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월초 통장에 200만 원이 있었고 월말에 50만 원이 남았다면 150만 원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간단하기는 하지만 실제 소비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결제 시점과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시점이 다르다. 지난달에 사용한 카드 대금이 이번 달에 출금될 수도 있다.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겼다면 그것 역시 소비가 아닌데 통장 잔액만 보면 돈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별도의 계좌에 있던 돈이나 현금을 사용했다면 월급 통장에는 기록조차 남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한 달 지출을 처음 계산할 때는 사용하는 결제수단을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체크카드, 신용카드, 은행 계좌, 간편결제, 현금처럼 실제로 사용하는 수단을 적어보면 된다. 사용하지 않는 결제수단까지 모두 조사할 필요는 없다.

평소 사용하는 수단만 확인해도 흩어진 소비 기록을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최근 한 달의 결제 기록을 한곳에 모아본다

결제수단을 확인했다면 기준 기간을 하나 정한다.

처음에는 최근 한 달이면 충분하다. 달력 기준으로 1일부터 말일까지 확인하면 다음 달 기록과 비교하기도 편하다.

이 기간에 발생한 카드 사용 내역과 계좌이체 등을 살펴보면서 실제 소비에 해당하는 항목을 모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모두 지출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 명의의 생활비 통장에서 저축용 통장으로 30만 원을 옮겼다면 돈의 위치만 바뀐 것이다. 이런 금액까지 생활비에 포함하면 실제보다 소비 규모가 크게 계산된다.

반대로 카드로 결제한 커피값이나 식비는 아직 카드대금이 통장에서 출금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기간의 소비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이 구분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두 번만 정리해 보면 '돈을 옮긴 것'과 '실제로 소비한 것'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다.

지출 항목은 처음부터 지나치게 세분화하지 않는다

결제 기록을 모은 다음에는 비슷한 성격의 지출끼리 묶어본다.

처음 돈 관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분류 항목을 너무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다음 정도로 시작할 수 있다.

  • 주거: 월세, 관리비 등

  • 식비: 장보기, 외식, 배달 등

  • 교통: 대중교통, 택시 등

  • 통신: 휴대전화, 인터넷 등

  • 생활: 생필품과 일상용품

  • 여가: 취미, 문화생활 등

  • 쇼핑: 의류와 개인적인 구매

  • 정기결제: 콘텐츠 및 각종 구독서비스

  • 기타: 어느 항목에도 넣기 어려운 비용

분류의 목적은 모든 소비에 정확한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아니다. 어느 분야에 돈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사용한 비용을 식비에 넣을지 여가비에 넣을지 고민할 수 있다. 정답은 없다. 자신이 정한 기준을 다음 달에도 비슷하게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카페를 주로 식사와 함께 이용한다면 식비에 넣을 수 있고, 취미나 사람을 만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여가비로 관리할 수도 있다.

기준을 정했다면 중간에 계속 바꾸기보다 일정 기간 유지해 보는 편이 월별 비교에 유리하다.

빠뜨리기 쉬운 작은 지출과 자동결제를 확인한다

한 달 지출을 정리하다 보면 큰 비용은 비교적 쉽게 발견된다. 월세나 관리비, 휴대전화 요금처럼 금액이 눈에 띄는 항목은 기억에도 잘 남는다.

오히려 확인하기 어려운 것은 금액이 작은 반복 지출이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구입한 물건, 소액의 간편결제,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처럼 한 번의 금액은 크지 않아도 여러 차례 반복되는 소비가 있다.

자동결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영상이나 음악 서비스뿐 아니라 클라우드 저장공간, 앱 이용권 등 예전에 신청한 서비스가 계속 결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무조건 구독을 해지할 필요가 없다. 현재 무엇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목록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생활비의 한 항목으로 인정하면 된다. 반대로 몇 달째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발견된다면 다음번 지출 점검에서 유지할지 검토할 수 있다.

현금 지출은 어떻게 기록하면 좋을까?

카드나 계좌이체는 거래 내역이 남지만 현금은 나중에 확인하기 어렵다.

현금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제 직후 스마트폰 메모장에 금액과 사용처 정도만 적어두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현금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월초에 사용할 현금 규모를 따로 정해두는 방식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을 인출했다면 실제 사용 내용을 기록하면서 남은 현금과 비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몇백 원 단위까지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전체 소비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기록이면 충분하다. 지나치게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면 돈 관리 자체가 피곤한 일이 되기 쉽다.

하루 평균보다 '어디에 썼는지'를 먼저 본다

한 달 지출을 모두 더한 뒤 하루 평균 사용액을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20만 원을 사용했다면 하루에 약 4만 원씩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참고용으로는 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소비 습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월세처럼 한 번에 큰 금액이 나가는 지출도 있고 주말에만 발생하는 여가비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균 금액보다 먼저 항목별 비중을 확인하는 편이 유용하다.

전체 지출 중 주거비가 어느 정도인지, 식비는 얼마인지,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비용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금액이 예상과 크게 달랐던 항목에는 간단한 메모를 남겨볼 수 있다.

'이번 달에는 모임이 많았음.'

'여행 때문에 교통비 증가.'

'계절용품을 한꺼번에 구입함.'

이런 기록이 있으면 다음 달과 비교할 때 지출이 달라진 이유를 이해하기 쉽다. 단순히 숫자만 남기는 가계부보다 자신의 생활을 함께 기록하는 가계부가 되는 셈이다.

한 달치 기록이 쌓이면 비교 기준이 생긴다

한 달 지출을 정리했다고 해서 곧바로 자신의 적정 생활비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달에는 약속이 많을 수 있고, 다른 달에는 필요한 물건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도 있다. 명절이나 휴가처럼 평소와 다른 일정이 포함된 달도 있다.

그래서 첫 달의 결과를 곧바로 '정상적인 생활비'라고 생각하기보다 앞으로 비교할 첫 번째 기준점으로 보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달에도 같은 방식으로 기록하면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두 달 연속 비슷한 금액이 발생한 항목이 있는가 하면 특정 달에만 크게 늘어난 항목도 나타난다. 세 달 정도 기록이 쌓이면 반복되는 소비와 일시적인 소비를 구별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생활비와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거주 형태, 출퇴근 거리, 가족 구성, 식사 환경에 따라 필요한 생활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숫자보다 자신의 지난달 기록과 이번 달 기록을 비교하는 것이 실제 돈 관리에는 더 의미가 있다.

마무리

한 달 생활비를 파악하는 과정은 단순히 사용한 금액을 모두 더하는 일이 아니다.

카드와 계좌, 간편결제처럼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실제 소비와 계좌 이동을 구분한 다음 비슷한 지출끼리 묶어봐야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금액을 완벽하게 기록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하고 같은 방법을 몇 달 동안 유지하는 편이 중요하다.

한 달치 기록이 생겼다면 다음에는 지출의 성격을 살펴볼 차례다. 매달 거의 비슷하게 발생하는 비용과 생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비용을 나누면 어떤 지출을 먼저 관리해야 할지도 조금씩 선명해진다.

FAQ:

Q1. 신용카드 지출은 사용한 달과 결제한 달 중 언제 기록하는 게 좋나요?

소비 패턴을 확인하려는 목적이라면 실제 물건이나 서비스를 결제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매달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비교하기 편하다.

Q2. 친구에게 먼저 결제해 주고 나중에 받은 돈도 지출인가요?

전체 금액을 본인의 소비로 기록하면 실제 생활비가 부풀려질 수 있다. 본인이 부담한 금액과 돌려받은 금액을 구분해서 기록하거나, 정산이 끝난 뒤 실제 본인 부담액만 소비로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Q3. 한 달 지출이 예상보다 많으면 바로 예산을 줄여야 하나요?

한 달 기록만 보고 곧바로 큰 폭으로 줄이기보다는 지출이 많아진 이유부터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일회성 구매나 특별한 일정 때문인지, 매달 반복되는 소비 때문인지에 따라 다음 달 관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